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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본의 의료민영화 시도 진저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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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책연구원 작성일25-01-14 12:35 조회조회수 177회본문
글 유재길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국민건강보험노조 정책연구원 원장
우리는 ‘의료민영화’와 ‘의료영리화’란 용어를 혼재해서 사용하고 있다. 의료영리화는 의료서비스가 민간에서 제공되거나 민간 의료기관이 이윤 추구 중심의 상업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것을 말하고, 의료민영화는 공공 의료 시스템을 민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민간이 의료서비스의 소유와 운영을 맡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의료영리화는 주로 민간 의료기관의 운영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의료민영화는 공공 의료 시스템의 소유권 변화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는 공적인 규제를 무너뜨려 민간으로 의료 시스템을 이전하려는 자본의 획책에 맞서는 진보 진영의 활동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꼭 지켜내야
의료민영화를 시도하는 가장 큰 먹잇감은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폐지’일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돼 국민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의료수가를 받게 하는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을 거부할 수 없으므로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의료서비스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래서 전 국민이 하나의 보험 체계를 통해 의료비를 분담하므로 사회적 연대와 건강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고 국민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 제도다.
전 국민의 보편적 의료를 실현하는 근간인 당연지정제를 없애야 한다는 자들은 의료기관의 직업 수행의 자유 및 의료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통해 당연지정제 폐지와 계약지정제로의 전환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계약지정제로 하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민간 보험사가 지정하는 최고의 의료기관과 계약돼 있고 최고의 의료기관은 고액의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만 진료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빅5 병원의 최고 의료진의 진료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닌 민간 보험사에 고액의 보험료를 내는 부자들만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관리운영비는 4%밖에 소요되지 않은데 민간 보험의 관리운영비는 40%라고 하니 민간 자본은 얼마나 공적 제도를 허물고 그 시장을 차지하고 싶겠는가? 일반 국민은 돈 없으면 기본적인 진료만 받고 부자들은 최고의 진료를 받아 더 오래 사는 의료양극화로 인한 좌절감은 배고픔보다 더 클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이 시작되면 들불처럼 번질 것이다!
그다음으로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큰 문제가 영리병원 도입 시도다. 영리병원은 일반적으로 영리 목적을 위한 병원을 의미한다. 이는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병원으로, 주로 수익 추구를 위해 병원을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공공병원이나 비영리 병원과는 달리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때 수익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법적으로 영리병원의 설립이 금지돼 있었지만, 2019년부터 경제자유구역 등 일부 조건하에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된 논란은 공공 의료의 질 저하나 의료서비스의 상업화 등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영리병원은 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외국인 환자나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리병원은 건강 증진과 공공복지보다는 의료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나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운영된다. 그리고 영리병원은 주로 외국인이나 고소득층 등 특정 계층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 제한 없는 비급여 팽창, 혼합진료 등으로 과잉 진료가 넘쳐나고 있는데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영리병원이 들어온다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피해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비대면 진료 허용보다는 응급의료 확대가 절실하다!
다음은 비대면 진료 즉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문제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와 의료 제공자가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원격으로 이뤄지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환자와 의사 간의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격히 확산됐는데, 그 전부터 소위 원격진료 허용 요구는 집요하게 있었다.
비대면 진료의 장점은 시간과 구애받지 않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나 바쁜 일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직접 진찰하거나 검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성질환이나 복잡한 증상에 확인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져 오진의 위험이 있다. 또한 비대면 진료는 인터넷 연결이나 기술적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정확한 진찰이 어려울 수 있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질병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찾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로 의료기관이 환자의 정보를 이용해 환자에게 연락해 진료를 유도하는 행위에 대해서 제약하기 힘들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정부가 일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을 때 환자가 의료기관에 연락하는 경우보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연락해 진료를 유도하는 사례가 세 배는 많았다는 통계도 있었다.
의료 취약 지역의 국민은 고혈압, 당뇨 등의 약을 제때 처방받고 복용하지 못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응급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 내 처치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 체계가 더 절실한 것이다. 그밖에 질병 치료가 다급한 국민을 상대로 자본은 국민의 질병 정보 데이터 공개, 민간의 건강서비스 사업 참여 요구 등을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다.
의료민영화보다는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 의료 시스템의 기능과 접근성을 개선하고, 모든 시민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병원 확장, 건강보험 보장 확대, 지역 의료 서비스 강화와 같은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출처 : 참여와혁신(https://www.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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